흩어진 세월과 무관심 속에 이름도 없이 묻혀 있던 비로자나 부처님이 깨달음의 빛으로 돌아왔습니다. 관음종 법성사가 정태호 사진작가와 함께 전국 150여 곳 비로자나 부처님을 사진에 담아 도록으로 출판했습니다. 하경목 기잡니다.

포항 서정리 마을회관 앞을 지키고 있는 1.3미터의 불상.

마치 눈사람 같이 앉은 부처님은 가슴에 모아 쥔 지권인으로 비로소 비로자나불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로 추정되는 불상은 얼굴의 상호도 모두 지워져 누군가 초록색 물감으로 낙서하듯 그려놨습니다.

관음종 법성사가 10여년에 걸쳐 전국에 흩어져 있는 157기의 비로자나 불상만을 취재해 도록으로 내놨습니다.

정부나 종단의 도움없이 사찰의 원력으로 대작불사를 회향한 법성사는 불교사적 가치는 물론 문화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SYNC> 법명스님/법성사 주지
(한의사가 맥을 짚어 침을 놓고 처방을 하듯이 하나 하나 모셔져 있는 부처님이 그냥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필요로 해서 모셔져 있는 이 부처님이 노천에서 비바람을 맞고 정말 외롭게 한 쪽 손이 절단되고 한 쪽 몸이 쓰러져 있더라도 앞으로 힘들다는 말씀도 없이 수천 년 동안 있어왔습니다. 정부는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 각성을 하고, 불교계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깨달음의 빛 비로자나불 도록은 전국 157기의 비로자나불을 담은 사진 1,800여점과 불교미술사학자 이숙희 교수의 해설을 수록해 상하권 1,600여쪽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신심과 예술혼이 담겨졌을 불상들이 사람들의 무관심과 홀대에서 다시 세상의 빛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배경엔 법상사 창건주였던 법성화 보살의 원력이 있었습니다.

<SYNC> 수경화 보살/법성사 종무실장
((법성화 보살은)한평생 비로자나부처님의 법기로 중생제도를 제일로 한 평생을 바친 분입니다. 그래서 그 분의 유지를 받들어서 이 책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도록 출간에는 대작불사에 흔쾌히 응해준 정태호 사진작가의 도움도 컸습니다.

10여년 동안 전국의 사찰과 박물관에 봉안된 비로자나불뿐 아니라 산과 들에 방치된 채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는 비로자나불을 찾아 전국을 누볐습니다.

정 작가는 사진의 인위적 기법보다 불상이 봉안된 현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SYNC> 정태호/사진작가
(불자들이 봤을 때 가슴에 와 닿을 수 그런 사진을 찍으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리고 작가로서 기법이나 형태적인 것을 중요시하기보다는 부처님이 처해져 있는 현장의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법성사는 오는 19일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한편, 19일부터 25일까지 캘러리 라메르에서 가려 뽑은 32점의 사진전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하경목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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