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희생자 위령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제 제50호인 영산재보존회가 지난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4.3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의 극락왕생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대법회를 봉행했습니다.

제69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이어 한국불교영산재보존회와 태고종 제주교구 종무원의 주최로 봉행된 영산재에는 4.3유족회와 봉원사 신도 등 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영산재보존회장 선암스님은 억울하게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선량한 제주도민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상생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은 우리 후손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YNC> 선암스님/한국불교 태고종 영산재보존회장
(4.3사건은 양민학살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습니다. 이에 이 땅에 희생된 선량한 영혼들을 위하여, 나아가 평화와 상생의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영산재를 시연하고자 합니다. )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로 촉발됐던 제주 4.3사건은 한국전쟁이 끝날 때까지 7년 7개월 동안 제주도민의 10분의 1인 3만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양민 학살로 아직까지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아픈 현대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SYNC> 오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불자회장(제주)
(행방불명된 이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유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또, 4.3 진상규명 과정에서 누구의 책임인지를 확실하게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SYNC> 양윤경 /제주 4.3유족회장
(각계 각층의 명망가분들과 함께 미국의 책임을 물어나가는 일을 진행시켜나가겠다는 것이 유족회의 계획입니다. 희생된 영령들도 오늘 영산재를 잘 지켜보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마음으로부터 흡족해 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영산재보존회는 지난 2015년 독도에서, 2016년에는 백령도에서 호국영령들을 위한 영산재를 봉행하는 한편,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영산재를 봉행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에서야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4.3 희생자 추념행사에 세계문화유산이자 우리 전통의 무형유산인 태고종 영산재 시연은 이념의 갈등을 넘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화합의 장으로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란 것에 그 의미가 더욱 뜻 깊었습니다.

<SYNC> 송진여심(78)/봉원사 관음회장
(지금이라도 늦지않게 이분들을 천도했다는 것은 불자를 떠나서 우리가 이런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격스럽고 고맙게 생각됩니다.)

<스탠딩>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조사와 정부의 공식사과가 이뤄졌지만, 가족을 잃은 제주도민들의 깊은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생채기로 남아있습니다.

하경목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