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온전하게 지키는데 전 재산을 아끼지 않았던 간송 전형필 선생과 비디오 아트로 전 세계에 우리 문화를 전한 불자 예술가 백남준. 언뜻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거장의 삶과 철학이 담긴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문화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두 거장의 작품에 담긴 깨달음과 이상향, 화합의 메시지를 살펴봅니다. 이동근 기잡니다.

우리 문화의 수호자와 창조자가 만나 특별한 하모니가 완성됐습니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백남준 아트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한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특별전입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생전에 모은 간송 소장품 50여점과 백남준 선생의 대표작을 함께 전시한 전시회는 두 거장의 숨결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압도적인 크기의 작품들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끕니다.

코끼리 위에 앉아 우산을 쓴 채 TV를 끌고 있는 부처님의 모습은 소통의 매개체인 코끼리와 TV를 연결시키며 백남준 선생이 꿈꾸던 이상향의 길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함께 전시된 ‘촉잔도권’은 조선후기 화가 심사정의 작품으로 8M가 넘는 대형 두루마리 안에 산길과 물길, 계곡으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려 두 작품 모두 이상향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nt- 이진명 큐레이터
(‘코끼리 마차’라는 작품은 TV를 부처님이 코끼리로 끌고 감을 표현했습니다. TV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개화가 돼서 더 좋은 방향으로 인류사회가 발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예시한 작품입니다.)

불교의 모체인 깨달음과 화합을 이야기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백남준 선생의 로봇 작품 중 슈베르트와 율곡, 찰리 채플린을 한 자리에 설치하고 스님과 유학자, 도사가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최북의 호계삼소를 함께 전시해 삼교회통의 화합을 보여줍니다.

특히 TV 모니터를 바라보며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 듯한 부처님의 모습은 가히 인상적입니다.

백남준 선생의 대표작 ‘TV 부처’는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응시하고 집중해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며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int- 이진명 큐레이터
(‘극락’은 모든 것을 초월한 세계가 아니라 내 안에 본성이 있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극락세계가 펼쳐지는 논리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백남준 선생이 작품으로 설명했더니 서양 사람들이 정말 기뻐하면서 불교의 가르침에 만족했다고 합니다.)

문화를 지키고 창조한 두 대가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정유년 새해를 시작하며 새로운 의지를 다질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다음달 5일까지 이어집니다.

BTN 뉴스 이동근입니다.

이동근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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