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이틀에 걸쳐 도난이나 매매로 유통되고 있는 문화재 거래의 문제점을 짚어봤는데요. 허술하고 수동적인 제도로 국보급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단 적인 예가 이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3년 명부전 시왕상 복장에서 발견된 한글 불교 언해서 월인석보를 올해 1월 일반에 처음 공개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은 안동 광흥사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원 소장처로 한글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며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고 합니다. 대구지사 신형섭기자가 입니다.

원 둘레를 감싸는 자음에서 출발해 중앙의 모음을 이으니 순식간에 글자가 완성됩니다.

안동 광흥사는 누구나 한 장으로 훈민정음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도를 만들었습니다.
음양오행과 천지인 삼조화 사상을 기반으로 불교의 십이연기, 사성제와 팔정도를 담은 만다라와 같습니다.

<INT> 범종스님 / 안동 광흥사 주지
( 팔정도가 다 여기 있잖아요. 이 정음이 바로 팔정도라는 거죠. 그래서 훈민정음을 바로 이해하면 한글은 쉽게 터득할 수 있을뿐아니라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거에요 ... 우리 훈민정음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세계 컨텐트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훈민정음 창제원리를 기록한 해례본은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간송본과 2008년 뒤늦게 밝혀진 상주본 두 개가 존재합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간송본과 달리 광흥사에서 도굴된 것으로 알려진 상주본은 골동품 수집가 배씨와 골동품 업자 조씨가 수년째 소유권 다툼을 벌여 지금까지도 제자리를 찾지 못 하고 있습니다.

2012년 조씨가 작고하기 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주본을 보유하고 있는 배씨가 평가액의 일부분을 사례로 헌납의사를 밝혀 현재까지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흥사 주지 범종스님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물론 훈민정음의 가치와 의미가 민족 자산으로 세대를 초월해 보존, 전승되고 향유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훈민정음도를 만들고 시계, 벽지 등 생활에 적용하는가 하면 훈민정음카페도 열어 가치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INT> 현진욱 / 훈민정음카페 매니저
( 스님께서 의도하셨던 취지라든지 훈민정음을 좀더 알려야 되겠다라는 마음이 손님들께도 전달이 되다 보니까 ... 이런 카페가 이곳 한군데 뿐아니라 전국적으로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고 전세계적으로 생기게 된다면 훈민정음에 대해서 사람들이 좀더 친숙하게 ... )

이런 스님의 열정은 무지한 백성을 깨우치기 위해 만든 훈민정음의 목적과 가치가 불교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INT> 범종스님 / 안동 광흥사 주지
( 가르칠 ‘훈’ 백성 ‘민’ 백성들에게 정음을 가르친다는 거에요. 훈민정음이 뭐냐 ... 불교의 가장 이상이 뭐에요. 대승불교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 아니에요. 위로는 부처님의 보리를 깨닫고 중생을 교화하는게 하화중생 아닙니까 ... 정음이 뭐냐. 바른음입니다. 바른음이 뭐냐. 볼‘관’ 음‘음’. 관음인 겁니다. 관음. )

창제원리가 남아있는 세계 유일의 글로,
그 어느 문자보다 과학적인 한글의 우수성이 시대를 넘어 전승될 수 있도록 광흥사는 물론 불교계와 국민적 관심이 지속돼야 할 것입니다.  

BTNNEWS 신형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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