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신도들의 소속감과 자긍심 고취 일환으로 품계제도를 중점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ㆍ행정문제에 앞서 불자들의 수행을 통일할 수 있는 각종 의례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오후 2시 조계종 포교원이 개최한 포교연찬회.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단상 위 왼쪽에서 네번째)이 신도재교육과 품계제도를 엮겠다는 포교원 측 주장에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수암스님(화계사 주지)은 12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조계종 포교원 주최로 열린 포교연찬회에서 “현재 한국불교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제도나 행정, 법률정비가 아니라 종교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아침에 일어나서 외는 기도문과 공양에 앞서 하는 감사기도문조차 통일된 것이 없다. 불자들이 수행하는데 필요한 각종 의례 통일화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연찬회는 포교원이 추진하고 있는 품계사업을 신도재교육과 연계해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종교의 핵심은 통일성”이라고 강조한 스님은 “그것이 조직화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기도하는 기도문도 없다. 사찰에서 만들어도 주지가 바뀌면 없어지거나 대체된다. 이런 통일성이 없기 때문에 불자들의 탈종교화ㆍ탈사찰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하고 “불교 본연의 종교성을 상실하고 있는데, 제도가 아무리 좋으면 뭐하냐. 품계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수암스님은 신도품계와 관련해 “신분에 맞는 역할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고, 신분을 남발하게 되면 어떤 긍정적인 역할이 있겠냐. 종단은 스님을 교육하고, 스님들이 신도를 교육시키면 된다. 대신 스님들에 대한 통일된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그와 관련해 형식적 세미나 말고 난상토론 해본 적이 없다. 하향식 정책이 아니라 바닥에서 고민하는 스님들의 의견을 수렴ㆍ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등 각종 법석이 비불교적을 넘어 정치적이란 지적과 함께 불자들의 신행행태에 대한 쓴소리도 덧붙였다.

수암스님은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축사 빼고 나면 법어ㆍ법문은 5분밖에 안 된다. 그에 비해 각종 축사가 너무 많은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고 일갈하고 “불자들도 철저하게 개인중심이다. 통계를 내보니 신도의 83%가 한 달에 한 번 절에 와서 접수조차 않는다. 자기 이익에 맞는 기도가 아니면 흐지부지하는 기도객이 많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끝으로 포교원이 제시한 재교육과 품계 연계 방안에 포함된 신도이력 관리에 대해 “어떻게 사찰에서 철야기도ㆍ새벽ㆍ사시기도 참석자 이력을 관리할 수 있겠는가? 비현실적”이라며 “종단 주도적 포교가 아니라 사찰 주도적 포교를 하자. 다만 기준을 세워 통일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계종 신도품계 안내 포스터.

포교원, 품계제도 연결 ‘청사진’만

하지만 포교원 관계자들은 신도 재교육을 품계제도와 결부시킬 경우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포교원 신도국장 노휴스님은 발제문에서 ‘신도교육체계의 흐름과 재교육 방안’을 “비불자의 불자화▶불자의 교육화▶교육된 불자의 조직화라는 순환구조”로 설명하고 “신행활동 전반을 품계제도와 연계해 재교육에 활용함으로써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포교원장 지원스님은 격려사에서 “품계제도는 신도 배가운동으로 적절하다. 아직까지 직할사찰과 대형 사찰들이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면서 “연찬회에서 신행활동을 관리하고 평가ㆍ검증하는 법을 논의하면 지침을 마련해 새로운 신행문화 창달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포교연구실장 법상스님도 품계제도를 신도 재교육과 결부시키는 방안이 “신도조직과 사찰 포교 활성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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