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스님은 계파에서 탈퇴해서 중립과 중도 입장의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불교와정책 운영위원 법응스님이 공개편지를 통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에게 계파 탈퇴 등을 요청했다.
법응스님은 13일 ‘자승 총무원장 스님에게 드리는 공개편지’를 통해 불교중흥,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 6.7 담화문 발표 등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절망만을 안겨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조계종은 대한민국이 들썩할 정도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응스님은 “사회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가지고 한국불교의 명확한 비전을 보여줄 리더십과 실질적인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권력을 사부대중에게 돌려주는 총무원장 ▷계파 불식하는 인사정책 등 7개 항을 제안했다.
법응스님은 이어 “불교중흥을 이루려면 먼저 사람이 바뀌어야 하며, 일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면서 “불교중흥, 자상과 쇄신 5대 결사는 제3의 단체가 아닌 총무원장스님이 직접 이끌고 가아먄 하며, 계파에서 탈퇴해서 중립과 중도 입장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법응스님은 또 ▷총무원장선거법 개정해 대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열린 선거 ▷교구본사와 주요 사찰 재정 운영 투명화 시스템 시행 ▷종단 의사결정에 재가불자 참여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법응스님이 공개편지를 통해 총무원장스님의 계파 탈퇴, 총무원장선거법 개정 등 상당히 예민한 사안을 제기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총무원장선거법 개정은 자승스님도 선거 공약으로 제출한바 있다. 그러나 종단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논의를 이끌어갈 동력이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음은 공개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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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총무원장 스님에게 드리는 공개편지 귀의삼보하오며. 총무원장 스님! 두 해전의 일입니다. 소납은 ‘불교지도자넷’ 운영 당시 중앙종회 4대 종책모임과 19개의 본사주지 스님들이 스님을 33대 총무원장으로 지지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에 도리에 어긋남과 부당성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후보에 대한 종단 지도층의 집중적인 지지가 종법상에는 문제가 없다 할지라도, 기득권 수호와 자리 배분을 위한 야합이라는 오명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절대적 지지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막중함도 알아야” 한다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제 33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의 첫 약속은 ‘불교중흥’이었습니다. 지난해 1월 12일 25대 주요과제 등 ‘종단4개년발전계획’을 발표했고, 화쟁위원회를 구성하여 봉은사와 4대강 문제에 접근했습니다. 그러나 총무원장 스님, 그 때나 지금, 아니 해방이후 지속하여 불교계는 치암(痴暗)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 욕구를 수용하며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는커녕 외부에서 불교를 걱정하는 처지로 전락했음을 부정키 어렵습니다. 불과 수십억원의 예산이 삭감당하는 지경이고, 2009년 7월 통도사에서 2천여 명의 주지스님들이 불교관련 법령과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대회를 개최 했음에도 현실에서 관련법과 제도의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으며, 되레 잘못된 길로 진행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불교의 약한 고리를 흔들어 불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끝내 쇠락하게 만들려는 세력은 신분과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도처에서 준동하고 있습니다. 종단이 불교중흥, 자성과 쇄신 5대 결사를 천명하고 각 교구본사가 돌아가며 결의대회를 봉행한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7일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담화문을 발표하여 그동안 “종도들의 의식 전환 분위기가 확산”되었다는 자평과 함께 대정부 관계 정상화 및 결사 전담기구 출범을 예고하셨습니다. 반년 동안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종단 지도부를 향해서 성명서와 토론회, 언론기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결사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묻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집행부가 스스로 ‘결사’를 주창한 이래 어떤 혁신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내놓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결사 주창의 실제적 배경인 된 대정부와의 관계 역시 현실적으로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정부와의 단절은 전략상으로도 문제가 있기에 차치하더라도 자성과 쇄신 5대 결사는 절망만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제 종도들은 33대 집행부가 내건 이른바 ‘불교중흥’, ‘자성과 쇄신 5대 결사’의 진정성에 본격적으로 불신과 의혹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불신이 최종적으로 확인되는 날, 종단 집행부가 구호만을 남발하던 지난 시간 동안 한국불교의 자성과 쇄신을 위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조계종의 대혁신에 희망과 관심을 가졌던 이들은 깊은 배신감에 빠져들 것입니다. 진정으로 불교중흥과 쇄신을 바라는 이들은 현 집행부의 외침이 거꾸로 불교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쳤음을 개탄하며 종단의 한계성으로 인해 많은 날들을 편히 잠들지 못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 그 분노는 총무원장스님을 향하게 될 것이며, 모든 책임은 원장스님에게 귀착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총무원장 스님! 조계종은 대한민국이 들썩할 정도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을 가지고 한국불교의 명확한 비전을 보여줄 리더십과 실질적인 혁신이 절실합니다. 변화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 중심에 총무원장이 존재합니다. 조계종의 최고 행정수장으로써 총무원장 스님은, 이를테면 한국불교를 책임진 거대한 선단주함의 함장입니다. 종헌과 종법이 부여한 자격이나 권리가 아닌 역사적, 현실적인 결과로만 보아도 조계종은 실제로 총무원장 스님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서 발전과 퇴보가 가능합니다. 한국불교의 명맥을 이어가는 종단으로서 조계종의 총무원장은 역사적, 천부적 소명의식과 기질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가 요구하는 불교의 역할을 통시적으로 관하고 온갖 해묵은 갈등과 분규, 파벌과 구태를 혁신하여 불교를 진정으로 중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계종의 총무원장은 ‘지배(支配)’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정치권력 등 내외의 세력으로부터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되며, 반대로 누구를 지배하려 해서도 안 되고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해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조계종의 역대 총무원장들이 ‘권력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에 온갖 굴신과 굴종의 인자가 끈질기게 남아 종단을 휘젓고 다니고 있습니다. 60년대 초 창종 이후 조계종은 제대로 된 혁신을 외면했기에 세상의 기대에 부응치 못하고 구시대 종교로 인식되며 정권과 타종교에 밀리는 처참함을 당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어느 집행부를 막론하고 종단 혁신의 중심이어야 할 총무원장이 오히려 그 걸림돌이 된다면 이는 한국불교사의 비극이고, 그 존재가 의심을 받는 지경에 이른다면 더욱 큰 비극 중의 비극이라 할 것입니다. 총무원장 스님! 제33대 총무원장이신 자승 스님께서는 불교중흥의 역사적 소명의식을 가진 당당한 조계종의 수장이라 믿으며 소납은 이렇게 희망합니다. 첫째, 권력(權力)을 사부대중에게 돌려주는 총무원장이 되어주십시오. 둘째, 이사(理事)겸비의 탁월한 현대경영 능력의 총무원장이 되어주십시오. 셋째, 인재(人材)의 등용에 자유로운 총무원장이 되어주십시오. 넷째, 종지(宗旨)가 훼손됨에 분노하는 총무원장이 되어주십시오. 다섯째, 약속(約束)을 지키고 언어에 책임지는 총무원장이 되어주십시오. 여섯째, ‘불자(佛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총무원장이 되어주십시오. 일곱째, 불교(佛敎) 안에서 답을 구하는 총무원장이 되어주십시오. 총무원장 스님! 온통 사방에서 한국불교와 현 종단을 걱정하는데 집행부만 자기미화와 합리주의에 함몰되어 있지 않나 하는 노파심이 듭니다. 국가든, 종단이든 어려울 때일수록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일은 사람이 합니다.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에 맞게 종단을 혁신해서 불교중흥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먼저 사람이 바뀌어야 하며, 일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원장스님께서 대중에게 약속을 지키고 희망을 주려면 불교중흥, 자성과 쇄신 5대결사는 제3의 단체가 아닌 총무원장스님이 직접 이끌고 가야만 하며, 계파에서 탈퇴해서 중립과 중도입장의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총무원장선거부터 대다수의 대중이 참여하는 열린 선거, 직접선거제로 법을 개정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전 교구본사와 주요 사찰의 재정운영 투명화를 시스템적으로 시행하고, 종단의사 결정에 재가불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주십시오. 시대사적으로도 집행부가 최소한 이 정도만이라도 진행해야 결사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각오로 불교중흥과 쇄신의 기틀을 마련하시어 결사의 진정성을 대중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총무원장스님이 종단혁신과 불교중흥의 길을 잘못 알고 계신다면, 곁에서 조언하고 거드는 이들이 잘못 인식하고 잘못 보좌하고 있다면, 그것은 한국불교와 조계종 그리고 원장스님을 비롯한 모든 대중의 불행입니다. 분명한 것은 스님의 양어깨에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백장 회해선사가 부젓가락으로 화로의 잿속을 뒤적여 불씨를 찾았다는 그 심정으로 어렵고 긴 편지를 드립니다. 부디 제가 찾지 못하고 있는 화로 속의 불씨를 총무원장 스님께서 찾아내어 “여기 있지 않은가!” 라고 해주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 불씨에 혁신의 기름을 붓고 ‘불교중흥’, ‘자성과 쇄신’이란 대방광을 놓아서 사부대중과 한국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法應 합장 |
정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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