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청, ‘인수봉 인용한 도로명에 일련번호 부여’ 사유 밝혀

‘개운사길’과 같은 사례가 또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1동에 위치한 화계사 주소가 ‘화계사길’에서 ‘인수봉로 47길’로 변경 고지됐다.

강북구청은 도로명 변경 사유에 대해 “삼각산(북한산)의 세 봉우리 중 하나인 인수봉을 인용한 도로명에 일련번호 부여”라고 홈페이지에 고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새주소안내 홈페이지의 도로명 표시 지도. 화계사길이 인수봉로47길(노란색 실선)로 바뀌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 2일 개운사길 삭제와 관련한 BTNnews와의 통화에서 “도로명 변경 결정권은 구청에 있다”면서 “종교시설을 도로명에 포함시킬 경우 역사성 등을 고려하라는 취지의 업무지침인데,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 것 같다”고 밝힌바 있다. 개운사는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어 문화재 사찰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답변이었다.

화계사도 같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화계사 대웅전은 서울시유형문화재 제65호(1986년), 화계사 동종 역시 보물 제11-5호(2000년 2월15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강북구청은 문화재 사찰·역사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행정편의적인 도로명 부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화계사 주지 수암스님은 “화계동, 화계사거리, 화계중학교, 화계고등학교처럼 ‘화계사길’은 보통명사처럼 사용되어 왔다”면서 “이유없이 폐지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수암스님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화계사길’ 개명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안을 밝힐 계획이다.

한편, 서울시 행정과 관계자는 “(도로명) 개명 전에 의견수렴을 다 거친 것인데, 개별고시 되니까 이제 와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민원뿐만 아니라 7월 29일 전국 고시되면 법정주소의 효력이 발생하고, 그 이후면 불만이 있어도 지나갈텐데 왜 (취재에) 다 응하느냐는 말도 듣는다”며 자료공개를 회피해 사실상 취재를 거부했다. 도로명 변경에 대한 민원이 성가셔서 정보공개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새도로명주소는 오는 7월 29일 전국에 일제히 고시될 예정이며 이후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성북구청이나 강북구청의 사례처럼 행안부의 업무지침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조계종 등은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무부서를 어디로 해야 할지도 정하지 못한 실정이다.

조계종 총무부의 한 관계자는 “새주소 시행에 따른 사찰 주소 변경을 위한 준비만 하고 있다”면서 “실태 파악은 아직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도로명 변경과 같은 대응 업무는 총무부에서 해야 할지, 사회부에서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불교계 각 종단과 관련 업무만을 한다"면서 "도로명 주소변경에 대해 논의된 것은 없다”고 말해 상황 파악은 물론 구체적인 논의도 전무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경목 기자

하경목  btnnews@btn.co.kr

<저작권자 © BTN불교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