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이자 대한불교조계종 신도회장 김의정.

김의정은 1955년 초대 김한천 신도회장을 포함하여 22대 백창기 신도회장까지 역대 신도회장 15명이 모두 남자인 중앙신도회에서 최초 여성 신도회장이 되었다. 한국의 차 문화를 보존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전통문화 지킴이이자, 잃어버린 우리 문화재 환수의 잔다르크, 23대에 이은 24대 조계종 중앙신도회장까지. 하루 24시간이 모자른 김의정 신도회장을 BTN의 ‘나의 삶 나의 불교’에서 만났다.

△ '전무송의 나의 삶 나의 불교'에 출연한 김의정 조계종 신도회장. 그녀는 명원문화재단의 이사장, 궁중다례보유 인간문화재, 23,24대 조계종 신도회장이면서 민간차원의 문화재 환수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김의정은 다도의 명가에서 태어나 자라 어머니의 인생을 그대로 보고 배웠다. 어머니는 평생 한복을 입었고, 차를 좋아하였으며, 예절을 중시 여기었다. 김의정은 그런 어머니를 보고 자연스럽게 그것들을 몸에 익히고 사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김의정은 모든 것을 집에서 배웠다. 어렸을 때는 차를 담고 있는 그릇이 좋았고 그릇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좋아하고 배울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제가 음악을 전공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라요. 친구 따라 멋모르고 음악을 배웠는데 개인적으로는 음악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음악을 계속 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도 없었겠죠?

그렇지만 음악은 지금의 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전통 예절, 차 등을 가르치려면 정신적으로 인내가 많이 필요한데 피아노도 그에 못지않은 인내가 필요하거든요. 지금은 음악 공부를 한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 아닌가. 한편으로는 다 부처님의 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부모님은 모두 독실한 불자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어머니를 기억하는 스님들과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는 그녀. 어찌 보면 어머니의 은덕으로 신도회장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어릴 적, 그녀의 집에는 항상 스님들이 공양을 했다. 뿐만 아니라 24시간 대문이 열려있어 많은 사람들이 김의정의 집에서 끼니와 숙박을 해결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누구든지 끼니를 해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으레 베푸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어린 김의정은 낯선 사람들이 집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이 투정거리였지만 나이가 드니 자신도 그런 어머니를 닮아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평생을 한복을 입었던 것처럼 자신도 한복을 입고 차의 인식 전환에 공헌한 어머니처럼 자신도 차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의 인생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불교에서 육법공양 중 하나인 차 공양. 예전에 차는 귀하고 비싸 서민들이 접하기 힘든 음식이었다. 일반인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다도(茶道). 차를 먹는 것에도 순서와 규칙이 있다고 하니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차의 명인 김의정이 말하는 차를 먹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저 마음으로 마신다고 생각하면서 마시는 것. 찻잔을 양손으로 들고 조금씩 그 향미를 음미하면서 마시면 된다고 한다.

차는 건강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알려져 있다. 김의정은 그 중에서 특히 집중력 강화와 정화기능을 차의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았다.

“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어 수험생에게 좋습니다. 차를 마시면 위암 발생률이 적다는 통계도 있어요. 전자파를 차단해주고 정화기능을 해 현대인들에게 좋습니다. 제가 취미로 농사일을 하는데, 가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차를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죠. 신선이 된 것 같고, 매우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김의정은 최초의 여성 신도회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 신도회장에 대한 염려스러움을 말했다. 김의정 본인도 신도회장이 돼서야 자신이 최초 여성 신도회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담이 많이 되었지만 마음속의 저항은 없었다고 한다.

신도회장이 되고 나서 첫 기자회견. 그 기자회견에서 김의정은 어머니가 예전에 하시던 말씀을 떠올리며 신도회관을 새로 짓겠다고 덜컥 약속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만 같아 도저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고 한다. 괜히 약속을 했나 싶기도 하고, 후회도 되었지만 스님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신도회관을 무사히 건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신도회관 건축으로 인해 여성이 신도회장이 되었다고 걱정하던 많은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어요.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집에 대한 소중함을 잘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잘 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김의정은 자식들을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하는 어머니이다. 막내 아들을 해병대에 꼭 보내고 싶어 주위 사람들에게 해병대를 갈 수 있는 방법까지 물어보고 다녔다고 하니 어머니 김의정의 자녀 교육을 짐작할 수 있다. 훈련기간 동안은 면회도 가지 않았지만 제대한 아들을 보니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김의정은 신도회장 뿐만 아니라 문화재 환수를 위해 힘쓰고 있다. 사람들은 그녀를 ‘문화재 환수의 잔다르크’라 칭한다.

한국의 문화재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일본만 하더라도 한국의 문화재를 7만 점이나 보유하고 있다. 김의정은 일본에 찾아가 일대일로 문화재 환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궁중 다례 보유자라고 하자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일본인에게 우리 한국인들의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설득을 했고, 그 결과 조선왕실의궤 환수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김의정은 특히 불자들이 지속적으로 우리의 문화재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부탁했다.

“한국의 문화재는 종교를 넘어서 우리 역사의 보고입니다. 불자들이 종교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한국의 역사는 불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스님들의 생활도 다 예술이자 우리의 문화입니다. 불교에는 아직도 개발할 콘텐츠가 많이 있습니다. 불자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김의정은 재임 중에 꼭 이루고 싶은 것으로 불교 인재양성과 생활불교를 꼽았다. 어린이, 청소년 불제자를 키우는 일에 몰두하여 젊은 층의 불제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한다. 청년 불제자들이 취직할 수 있는 취직 기관을 만들어 취직 걱정도 덜어주고 불교공무원을 양성하여 불교의 미래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불교문화는 종교를 넘어선 우리 미래의 보고라고 말하는 김의정 신도회장. 집(신도회관)이 생겨 사회적 기업을 세웠고, 거기서 벌어들인 재원으로 치과버스, 한방버스를 포함하여 종합의료버스를 3개나 운영하고 있다.

김의정 신도회장의 바람대로 앞으로 우리 불교가 ‘2천만 불자’라는 말에 걸맞게 더 단결하여 불심을 밝혀 후학을 양성하고 불교 문화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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