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는 의궤·실록 400년 보관한 수호사찰
망실과 환수 역사까지 보여주는 산 교육장 만들어야

불교계의 5년여 노력 끝에 조선왕실의궤 환국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400여년 동안 실록과 의궤를 지켜왔던 월정사와 강원도 관계자들에게는 무엇보다 기쁜 소식이었다.

13일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열린 ‘조선의 보물, 왕실의궤 환국기념 연회’에 참가한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과 최명희 강릉시장 등은 왕실의궤가 실록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2006년 환국한 조선왕조실록은 연구를 목적으로 서울대 규장각에 수장된 채 현재까지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공동대표 정념스님(월정사 주지), 최명희 강릉시장

조선왕실의궤환수위원회 공동대표 정념스님은 의궤의 환국만큼 제자리 찾기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국민의 재산이기에 모두가 함께 향유할 수 있어야 하고 본래의 자리에 있을 때 그 의미와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다.

정념스님은 기념연회가 열리기 전 인터뷰에서 “중앙신도회, 월정사, 봉선사 등 불교계의 5년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월정사는 실록과 의궤를 400여년 보관해 온 수호사찰로 미력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 해 감회가 더욱 깊다”고 말했다.

의궤 환국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제자리 찾기’라고 강조했다.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난다. 환수되는 실록과 의궤의 절반이 오대산 사고에 있던 것으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때 애환의 역사와 의미가 오롯이 후손들에 다시 전승될 것이다. 의궤와 더불어 실록의 제자리 찾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의궤가 월정사에 돌아오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월정사 성보박물관의 시설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하지만 국민과 함께 향유해야할 국민의 재산으로 더 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테마 박물관 조성을 강릉시, 평창군과 의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오대산 사고를 방문한 일본 참의원 일행에게 조선왕실의궤와 왕조실록 보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념스님. 사진=월정사

최명희 강릉시장도 “정부는 중앙집권적 문화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의궤는 지방분권적, 특성화적 관점에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은 “의궤 환국이 이뤄지면 월정사, 평창군 등과 힘을 모아 실록과 의궤를 본래의 자리로 되돌리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했다.

자리를 함께 한 이석래 평창군수 역시 “실록과 의궤의 귀향이 강원도민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고, 평창군이 유치하려는 동계 올림픽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정념스님과 관계자들은 의궤의 환국과 제자리 찾기는 ‘문화재 제자리’ 원칙을 권고하는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수많은 불법 반출 문화재의 촉매가 될 것이고, 기록을 분산 보관하려 했던 선조의 역사성을 계승, 망실과 환수의 역사까지도 그대로 전승하는 산 교육장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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