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ㆍ장애인 예산 삭감 지적도

Q. 4대강 문제와 작년 말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반발로 불교를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다양하다. 불교도들은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나?

-4대강의 문제는 불교의 직접적 이익 때문은 아닙니다. 국민의 보편적인 요구를 불교가 대변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조금 약하다 볼 수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의 경우 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일부에서 정부가 세금으로 왜 특정 종교를 지원하느냐 비판제기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불교문화는 특정 종교의 문화가 아니고 민족의 자산입니다. 기독교가 유럽 서구의 문화이듯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한국문화가 템플스테이입니다. 이런 점에서 예산 집행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소득 자녀 급식, 장애자의 복지예산 삭감 등을 문제 삼지 않을 때 수행자로서, 종교인으로서 보편성에 조금 흠이 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불교는 이익집단이 아니고 종교집단이기 때문에 자기 이익만 주장하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아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화쟁의 리더십이 사회적 갈등 해결책

Q. 사회적 갈등에 있어서 종교, 특히 불교가 취약했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회적인 갈등이라는 것은 결국은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 하는 문제인데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은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단지 생각과 이념이 다를 뿐입니다. 다른 것을 먼저 인정해주고 그 편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해하면서 서로 다른 가운데서 공존의 틀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화쟁사상입니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중도사상입니다. 이런 중도적 입장, 화쟁적 입장에서 우리사회의 많은 갈등적 요소를 화합시키는 역할을 불교계가 능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 갈등도 화합시키고 기업가와 노동자, 불교와 기독교 등 여러 사회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화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것이 바로 리더십입니다. 아쉽게도 지금 불교는 리더십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통과 사상적인 토대가 있지만 이것을 실천적으로 이끌어내는 집단적인 리더십, 개인적 리더십이 부재합니다. 역사적으로 500년 동안 발휘하지 못했고, 우리의 스스로 역할을 방기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러한 화쟁의 리더십의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근래 백용성, 한용운스님이 여러 종교들과 연대해서 3.1독립 선언을 성사시킨 저력은 대표적 화쟁 리더십의 전통입니다.

최근 조계종에서 화쟁위원회를 만들고 4대강 문제에 대한 찬반 갈등을 화쟁시켜 보려는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결과가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시도만으로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통일 평화 환경문제 불교보다 잘할 수 있는 곳 있나? 

Q. 이라크, 일본 원전 문제 등 정치 경제 사회 환경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한국불교가 내는 목소리가 작다. 어려운 시기 한국불교가 사회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 불교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사상적인 면, 만물과 인간이 개별적 존재가 아닌 연계되어 있다는 연기적 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인간과 자연은 물론 인간과 인간도 모두 하나로 연결된 존재입니다. 서구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봤는데 이제는 삶의 토대로 봐야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자연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가치관의 전환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인간이 과학기술에 너무 의지하면서 자연을 정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일본 지진이나 원전 사고를 보면서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술 문명에 대한 오만이 사라져야합니다.

원전을 만들지 말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먼저 전기를 아껴야 합니다. 구제역 발생하고 말 못하는 짐승들이 살처분 당하는 슬픈 현실을 보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고기를 적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불교야말로 현대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불교는 현대 문명을 따라가기에만 급급했지만 앞으로는 그 반대입니다. 불교는 문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문명적 리더십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라 밖 강대국들의 세력 변화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중국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우리가 편을 가르게 되면 통일은 점점 멀어집니다. 우리에겐 어떻게 통일을 이루고 세력 교체기에 우리의 독자성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야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정부는 감정적으로 문제 처리해 우리 민족의 이익을 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데 불교가 앞장서야 합니다. 불교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역사적으로 민족의 역량을 결집해 왔다는 점입니다. 민족의 통일과 평화 문제는 불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또 환경, 문명 문제 또한 불교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런 각각의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때 불교는 사회 리더십을 가질 수 있고 불교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집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포교하는 방식도 필요하지만 불교에 대한 이미지 좋게 하는 것도 포교의 또 다른 방편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방식은 다른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불교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부와 갈등 당장 불편하지만 장기적 안목 필요 

Q. 부처님이 남긴 유산은 거대하지만 한국불교의 현실은 외소하고 초라하다.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신다면?

-뜻있는 재가자와 스님들이, 또 단체가 앞장서서 힘을 합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이 본받을 수 있게 북돋아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야 합니다. 자꾸 비판만 하면 희망이 없어집니다.

긍정적인 요소들을 찾아서 포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문제점만 파고드는데 그러면 희망이 없어집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한발 앞서가는 것들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에겐 민주화, 노동운동의 경험이 적지만 평화 , 통일, 민족문제는 역사 속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동양적으로 사고와 불교적 해법으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절집은 오랜 동안 검소하게 살아온 전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좋은 전통을 파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문명의 병폐를 불교에 자꾸 대입하려는 건 미래를 보는 안목이 부족해 생기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불교의 사상적 역사적 환경은 어디보다 뛰어납니다. 다만 스스로의 주체역량이 미흡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험과 도전을 지속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에 조계종이 하는 새로운 시도를 일부에서는 냉소적으로 말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좋은 겁니다.

노력 없이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해 나간다면 큰 성과가 반드시 날 겁니다.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고 옳은 방향으로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정부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당장은 불편하지만 나중에 불교가 더 빛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대담=조용수 기자, 정리=윤희숙 기자

조용수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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