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향한 수행의 원칙 외면했던 과거 참회해야

Q. 요즘 교계는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종단에서 의제로 내놓은 것이 자정과 쇄신이다. 입장에 따라 찬ㆍ반 누가 먼저 또 어떻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한국불교가 반성하고 참회해야 할 것은 뭔가?

-저는 일단 전통문화를 계승했다는 점에 있어서 한국불교가 자랑스럽습니다. 전통을 계승한 것은 무거운 짐도 되거든요. 조선시대 500년 넘게 불교가 탄압받으면서 불교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힘없는 서민과 조금 더 밀접해졌다는 것은 한편으론 장점이지만, 너무 억압받다보니 사회의 리더십을 가지거나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 할 여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억압받는 속에서 부인들이나 신분적으로 어려운 이들의 신앙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그렇잖아요. 불교가 신앙중심, 구복적 신앙중심으로 너무 많이 흐르다 보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서 깨닫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면서 법에 귀의하는 측면이 약해졌습니다. 

다른 말로 수행적 관점이 약합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처럼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정신적인 것을 못가지고 있고 세속에 물든다고나 할까. 이런 점들은 깊이 반성해야합니다. 정리하면 수행의 원칙, 해탈과 열반을 수반한 수행의 원칙을 버리고 세속적인 지위나 명예를 비는 구복적인 불교에 너무 치우쳐 진 것을 우리가 반성해야 합니다. 이러다 보니 불교는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십과 참여가 많이 부족합니다. 여기서 참여라는 것은 정치권력과의 결탁이 아니라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참여를 말합니다.

부처님 법대로 살고 가르치는 모델제시가 우선

Q. 자성의 문제에서 사부대중 가운데 비구들 중심의 종단 구조에서 누가 먼저 자성해야 하는가를 따지는 요구도 있는데?

- 스님들이 무얼 고쳐야할지 재가자들이 더 잘 아니까 그분들이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승속을 불문하고 조금씩은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문제를 재가자의 문제라거나 스님의 문제라고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신도들의 구복적인 요구가 강하니까 스님들이 그런 식의 지도를 하고, 스님들이 자꾸 구복 쪽으로 지도를 하니까 신도들이 그런 쪽으로만 모여듭니다. 다만 출가자들은 대중의 요구에 타협하지 말고 부처님 법대로 살고 가르치면 해결될 문젭니다. (스님은 종단의 비구중심 권력구조 문제보다 출ㆍ재가 대중 모두가 정법에 충실한가 아닌가를 따지는 불교의 근본적인 문제만 지적했다. 종단의 기존 제도권 밖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스님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잖습니까. 스님들이 먼저 사람들을 정법으로 이끌면 그런 정법의 불교에 이끌리는 신도들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물갈이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든지 문제를 인식하면 그 사람이나 집단이 먼저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면 됩니다. 이상적 모델을 누가 먼저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입니다.

최소한의 도덕성 못 갖추면 환속해야 

Q. 종교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개신교는 사회적 타깃이 되고 있다. 종교에 대한 시민사회의 변화요구와 불교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종교계가 시민사회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은 사람들이 종교계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으로 좀 청정하고 정치권력과 결탁치 말았으면 좋겠다. 또 도덕적으로 보통 사람보다는 나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굉장히 소박한 겁니다. 지금 종교는 재물과 살림살이, 물질적 풍요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재물을 너무 밝히면 당연히 비판이 제기됩니다. 정치권력과 결탁도 조금 도에 지나치지 않느냐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일부는 정치인의 하수인 같이 행동하는 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종교 안에서도 교단 내 지위를 얻기 위해 세속을 뺨칠 정도로 선거를 치른다는 말도 나옵니다. 여러 부분에서 사회적 평균보다 낮은 도덕성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민들이 종교계에 너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균적인 시민의 수준도 안 되는 종교인의 자성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일반인으로 돌아가서 사는 게 자신을 위해서, 전체 사회를 위해서 더 낫다고 봅니다. 

이익집단 전락하지 않으려면 국민적 이해 우선

Q.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정치권과 불교계의 갈등,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권력과의 갈등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불교계가 보여줘야 할 리더십은?

-원칙적으로 종교는 정치와 무관해야하지만, 정치권력이 국민을 위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를 할 때 종교계는 정부를 지지하고 밀어줘야합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국민의 의사에 반 할 때 종교는 그런 권력에 대해 비판적이어야 합니다. 종교는 늘 국민의 뜻을 대신해야합니다. 정치를 하거나 권력을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이 바르게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거나 통일에 대한 비전을 멀리한다든지, 사람들이 굶어죽는데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을 하지 않다면 보편적인 종교적인 가르침과 배치되지 않습니까. 이런 점에서 비판할 수밖에 없고 이런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가라고 경책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무분별한 개발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점은 종교계의 가치관과 세속적 가치관이 상충하는 경우입니다. 세속의 일을 종교적인 잣대로 일일이 비판할 수는 없지만 4대강의 경우 너무 지나치다 생각합니다. 개발해야한다면 4곳 중 1곳을 먼저 개발하든지, 아니면 일정한 구간을 먼저 해 보고 검증을 거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절차상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니까 국민의 다수가 반대합니다. 종교계로서는 비판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극화의 문제의 경우도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당장은 먹고 살지만 노후, 실직, 주택 문제에 대해 불안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정하고 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인정하는 사회지만 탈락한 사람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해줘야 자랑할 만한 대한민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국민의 보편적인 요구를 대변하면서 불교의 이해와 관계되는 것을 문제제기를 하면 불교가 국민의 지지를 받을 텐데, 국민의 이러한 보편적인 요구에 대해서 거의 일언반구도 없다가 불교계의 이익에만 지나치게 반응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불교를 지지하겠습니까?

불교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니까 법이 정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권리주장은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권리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일반 국민들의 어려움도 같이 대변해줄 때 종교의 도덕성이 의심받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교는 자신들의 문제에만 각을 세우고 싸우는 이익집단으로 비치게 됩니다. 그런 불교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어렵습니다. 

대담=조용수 기자, 정리=윤희숙 기자  

BTN불교TV  btnnews@btn.co.kr

<저작권자 © BTN불교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